<드래그 미 투 헬>은 악령을 소재로 한 오컬트 영화로 분류할 수 있을 듯 하다. 여 주인공 크리스틴은 대출담당 은행원. 승진을 목전에 둔 그녀는 같이 후보에 오른 동료인 스튜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승진에 대한 욕망으로 의욕이 타오를 즈음, 대출 연장을 부탁하는 할머니가 찾아온다. 실비아 가누시라는 이름의 이 노인은 크리스틴에게 무릎 꿇고 간청하지만, 승진에 대한 걸림돌이 될 것을 염려한 그녀는 거절하고 만다. 노인은 화난 표정으로 '너는 날 욕보였다.'고 말하며 사라지고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
<이블 데드>를 기억하는 (어찌 잊으랴) 사람들은 샘 레이미의 귀환 소식에 심장이 벌렁 거렸을 것이다. <스파이더 맨>은 꽤 괜찮은 시리즈(3편을 제외한다면) 였고, <심플 플랜>, <다크 맨>같은 훌륭한 영화를 만들기도 했지만 샘 레이미라면 닥치고 <이블 데드>인 거다. 진짜 무서운 1편, 무섭다 웃긴 2편, 막 웃겨버리는 3편이라는 이 구성진 시리즈는 샘 레이미가 아니면 누구도 만들 수 없는 것이었다. 그가 호러의 귀환을 발표했을 때, 나는 어릴 적 동경했던 친구가 다시 돌아오는 것만 같은 심정을 느끼며 뭐 마려운 똥개마냥 안절부절을 못했다.
영화는 저주를 받은 크리스틴의 처절한 투쟁으로 채워진다. 정말이지 처절하다 못해 비참하기까지한 행동들은 그녀가 딱히 나쁜사람도 아니기에 더욱 안타깝다. 이 불쌍한 여인은 저주로 인해 오만가지 초자연적인 현상의 중심에 놓여지게 되는데, 이 상황이 대개는 무섭지만 가끔 너무 웃기다. 샘 레이미는 영화의 시작부터 관객을 80년대로 데려가고, 자신이 <이블 데드>를 만들었던 바로 그 감성으로 <드래그 미 투 헬>을 만든 것이다. 아마도 <이블 데드> 1편에 가깝겠지. 오래 손을 놓았으니 감을 살리려고 하지 않겠어? 그러나 내 기대는 오산이었다. 이 영화는 오히려 2편에 더 가깝다. 샘 레이미는 저주와 악령이라는 소재를 가운데 놓고 그간 만들고 싶어 죽겠는 그런 영화를 마음대로 요리해 내놓았다. 긴장되고, 놀랍고, 그리고 너무너무 웃기고 쿨하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녹슬지 않았을까'하는 우려는 말그대로 기우였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나왔던 쓰레기 호러 영화들을 모두 합해도 모자랄 만큼의 놀라움과 웃음이 가득하다. 그간 <스파이더 맨>을 만들면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드래그 미 투 헬>이라는 놀이로 날려버리는 것 같이 느껴질 정도다.
왈가왈부 할 것도 없는 영화다. 극장에 들어서서 샘 레이미가 준비한 롤러 코스터에 탑승만 하시라. 신나게 놀라고, 긴장된 상태로 크게 웃다 나오게 될테니. 그는 <스파이더 맨 4>의 제작 전의 스케쥴로 무려 <이블 데드 4>를 잡아놓았다고 한다. <드래그 미 투 헬>로 건재함을 증명해내니 기대가 더욱 커진다. 날도 덥고 짜증나는 일만 생기는데, 100분을 보내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권하고 싶다.
P.S : 결말에 대해 말이 좀 있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개인적으로는 이래야 간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본 어던 호러 영화보다 쿨한 결말이었다. 완전 캐간지.